하루하루

"주옥"같은 2021년의 상반기를 보내며

lumos_8288 2021. 6. 19. 22:24

 

몸이 아픈게 나을까,

마음이 아픈게 나을까.

 

지난 코로나 격리시설 생활중에 쓴 프로젝트 리뷰이야기가 기억에 나서일까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2021 전쟁같은 1,2,3,4,5,6월을 보내며 복잡한 마음을 기록해본다. 한달한달 너무 "주옥!"같아서 숫자 하나하나를 나열하지 않을수가 없네.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사실 3번째 상담시간이다. 이미 결혼전에 복잡한 나의 상황과 마음을 더 정리하고 싶어 한차례 시도하며 큰 도움을 받았기에, 새롭게 상담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는건 오래걸리지 않았다. 동료의 이직과 동시에 찾아온 아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결정하지 못한 마음, 유산, 죄책감, 지속된 프로젝트의 탈락. 코로나로 인해 빼앗긴 2달의 시간들. 몸도 마음도 답답한 상황에 도피할 곳은 그냥 먹는것, 부질없는 SNS, 가십, 웹툰,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온몸과 마음이 닿히고 답답해졌다. 뭘 어떻게 해야할까 싶던 차에 우울증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이의 언어지연 치료를 위해 신청했던 심리치료센터에서, 아이의 남은 마일리지로 상담을 시작했다. 이렇게 벌써 자식덕을 보는건가.

 

현재의 상황은 과거의 거울이라고 했던걸까. 말하기도 싫고 말할수도 없고 터놓을 수도 없는. 상식적이지도 않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다시금 누군가에게 꺼내놓으며 지금의 내 모습속에 어려웠던 과거의 상황들과 앞으로 아이를 키워나가야 할 내 모습을 정리해야 할것같았다.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도, 나의 모습이 딸에게도 그대로 보였으니까.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위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과도한 노력을 쏟는것도,

그 인정을 받기위해 굳이 꺼낼필요없는 나의 희생과 노력을 되새기며 누군가에게 어필하는것도,

그 인정이 받아지지 않았을 때 받는 상처와 원망, 미움들도.

 

그랬다.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도, 나의 모습이 딸에게도 그대로 보였다.

 

말도안되는 상황속에 커왔던 내 모습이기에 앞으로 미래는 밝기에! 그렇게 살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내가 밝고 건강하게 키우면 될것같았는데, 심리상담을 통해 확인한 올바른 부모의 심리와 상태에서 나는 상당히 일관적이지 않고 기준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매우 복종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했다. 권위와 가치의 인정은 원했지만 책임은 거부했다. 나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모든것이 다 연결되어 있었다. 나의 불우한 과거가 내 지금의 모습으로, 내 직장생활로, 내 아이에게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있어 했던 내 모습속에서 기준없이 행동하는 나의 모습이, 감정에 치우쳐서 했던 그때그때 결정이. 내 아이를 키우는것에도 반영이 되는것 같았다. 그렇게 일이, 관계가 와장창 무너졌다. 마음의 심지가 곧고 단단했다면 조금 더 튼튼했을텐데. 

 

이제부터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3번째 상담시간을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미움받을 용기" 책을 집어들었다. 거절이 어렵고, 사람의 애정이 간절한 내가, 조금더 관계에서, 일에서, 사람에게서 미움받을 용기를 얻을 까 싶어서. 

 

한시간동안 이번주의 어려운 상황을 지나가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연습의 시간으로 올해 남은시간들을 보내라는 것.

 

그저 나의 6개월을 내가 도망치지 않고, 두려움없이 담담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를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전달하며 보내는것이 나의 목표다. 과거에 한번,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다행히 그때의 상황도, 모든게 안풀리려했던 탓인지 모든게 정말 하나같이 다 안풀렸다. 그걸 모두 수용하고, 감당했던 이사님덕분에 나는 다른부서로 이직했고. 그 부서에서 5년간 10여명이 해내지 못했던 홈페이지 개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때 딱 한번 내가 숨을 참고 어려움을 지나간 경험이 있다. 다시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완벽하면 좋겠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때와 같은 연습하라는 것인지, 매일매일 우울감과 자괴감에 쩔고 예민함이 극에 달하는 지금 이 시기에.

상반기 떨어졌던 그 수많은 프로젝트의 결과들중 딱 하나가, 추가합격했다.

단순히 숫자규모로만 따지면, 상반기 프로젝트 중에 가장 크다. 진짜 웃긴건 현금이 아니다, 현물이다.

이 와중에 겸손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가장 자신도 없었고, 그래서 기대하지도 않았고, 가장 시간이 촉박했고(마감 1주일전, 코로나 확진 3일전 쯤 알았다), 가장 힘을 빼고, 처음하는 발표에 뭔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던 프로젝트였는데 붙었다. 코로나 생활격리 시설에서 마지막 발표자료 준비를 시작했으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이 상황에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은 같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준 협력사 담당자였다. 

 

"먼저 어려운 과정을 뚫고21년 OOOOOO 지원 사업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축하와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 상황을 돌아보니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가장 많이 힘들고, 가장 어렵고, 가장 힘든시기에 내 인생 가장 큰 규모의 실적이 생겼다. 나를 정확히 바라보고 돌아볼 수 있는 시기에 그런 일이 생겼다. 앞으로 조금만 더 힘을 빼고 예민함과 긴장을 줄인다면, 조금 더 천천히 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정말 잘 할수 있는 일의 방향을 찾는다면 조금 더 나은 내가, 엄마가, 사람이 되지 않을까.

 

몸이 아픈게 나을까, 마음이 아픈게 나을까.

다 쓰고보니 별 그지같은 질문인가 싶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야지. 뭘 생각하니.

오늘 많이 걸었다. 이틀 전 했던 VR 피트니스의 효과로 몸에 열이 오른다.

상담도 받았고, 마음의 근육을 조금 더 길렀다. 생각도 조금 더 많이 정리했다.

 

내일은 또 더 나아지겠지. 

야밤에 감정적이 짝이 없는 시간에 쓰는기록.

오늘은 그만하고 놀아야겠다. 주말이 짧다.

 

잘했어, 힘내.

 

 

* 요즘 매일매일 기억하고 기록하려 한다. 이 상황을 현명하게 이끌어준 남편과 가장에게. 큰 존경과 감사를 남겨야지. 먼 훗날에도 이 기억으로 남편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한번 더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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