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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문학 / 주영하

lumos_8288 2012. 3. 29. 09:03

 

Review_

아, 정말 이분 강의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Memory_

농촌의 부모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과의 연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생산하여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분배해준다. 비록 1990년대 이후 김치, 간장, 된장과 같은 저장음식의 공장제 생산이 급속하게 증가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료 자체에 대한 불신, 가짜 공장제 식품, 그리고 생산과정의 비위생 문제 따위는 농촌에 거주하는 부모의 역할을 더욱 강화시켰다.농촌의 부모가 만든 음식은 안전하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이러한 확대된 식구 범주를 유지시켜주는 힘이 1950년대 이전에 출생한 농촌 출신 부모에게서 나온다는 사실도 놓칠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은 적어도 혼인을 하기 전과 그 이후에도 직접 먹을 거리를 재배하면서 대다수의 음식을 직접 조리하여 장만하는 세대들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친정어머니 혹은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음식 조리기술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1960~70년대에 정부에 의해 행해진 식생활 개선 운동의 피교육 대상자였으며,그 과정에서 개량된 조리기술도 배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대에 속하는 어머니의 자녀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1950년대 이후에 출생한 한국의 여성들 가운데는 가정에서 음식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그 이전 세대가 배워왔던 조리기술을 익힐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여성들의 교육 기회가 늘고, 도시화로 인해 공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1950년대 출생 여성들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가정에서 음식을 배우고 장만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결국 한국 사회가 겪은 1970~1980년대의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는 1950년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 세대 사이에 집에서의 음식장만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 이후 출생한 여성들이 60-70세가 되는 2020년대가 되면 과연 이러한 저장음식의 확대돤 식구 관념이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들은 더 이상 스스로 만든 음식을 혼인한 자녀들과 나눌 수 있는 조리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식품회사에서 생산하는 저장음식과 각종 조리식품, 그리고 배달 음식의 발달로 인해 이전 세대가 관습처럼 지니고 있었던 조리기술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 대신에 요리학원과 같은 전문기관과 각종 요리책이 한국음식의 조리기술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른다.

특히 외식업체에서 익힌 입맛은 식구의 입맛을 대신하기도 한다. 식구는 존재하지만 식구의 입맛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집집마다 지속되던 음식맛도 전국화 또는 표준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많다.

주택의 변화는 동거하는 가족의 형태도 부부가족 중심으로 변화시켰고, 그 결과 식구집단의 양상도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부모+부부+손자녀'로 구성된 확대된 대가족이 명절음식과 조상 제사의 음복, 그리고 저장음식을 서로 나누는 확대된 식구로 유지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또 식구를 키워드로 하여 한 사회의 음식문화가 지닌 양상을 살피는 연구 역시 상당한 의의가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식구론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바로 음식인문학을 시작하는 출발선이 된다.